반바지 입는 회사
공무원들의 근무복장이 많이 자유스러워지고 있다. 과거 군사독재 시절을 거치며 공무원 사회도 군대식 상하직급체계로 매우 경직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민정부로 이어지며 그 경직된 분위기를 일소하고 자유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취지로 복장부터 자유스러워 졌던 것이다.
넥타이 안 매기가 대표적이라고 할까? 이제 갑갑하게 목을 조이던 넥타이를 풀고 여유스러운 상의차림으로 민원인을 만나게 되었으니, 대면하는 민원인 또한 친근하게 공무원들을 접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자유스러운 복장의 분위기는 여기까지가 끝. 아직까지 공무원 하면 기지 바지에 노타이의 와이셔츠 차림을 연상하듯이, 거기까지가 한계라는 듯 더 이상의 자유스러움을 기대하기는 힘든 것 같다.
일반 회사의 경우 오히려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마치 정장이 상사에 대한, 그리고 고객에 대한 예의라도 된다는 듯 깔끔한 정장에 넥타이, 그리고 여사원의 경우 통일된 근무복을 강요라도 하듯 착용시키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많은 사람들이 회사같은 직급사회에서 왜 복장을 규제할까? 복장이야 말로 직급 또는 계급을 규정짓는 가장 편리한 신분표시 방법이기 때문이다. 과거 봉건제 사회에서는 귀족과 평민, 노예 계급의 복장이 따로 규정되어 있었으며, 이를 어길 경우 심하면 사형에 처해지기까지 했던 것이다.
오늘날에도 이러한 계급을 규정짓는 복장 제한이 잔존하고 있다. 특히 군대와 학교, 그리고 일반 회사가 심한 경우다.
군대는 사람 목숨을 좌우하는 위험한 현장이니, 계급간의 차별을 엄격히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학교와 공무원사회, 그리고 회사의 경우는 일본제국주의 시대의 잔재에 연유하고 있고, 그러한 일제 잔재의 부정적 요소를 일소하고자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아직껏 우리사회의 많은 곳에 그 잔재가 남아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상.하는 명확해야 하고, ‘상’에는 권위가 있고, ‘하’는 이런 권위에 복종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식의 권위주의적 사고 방식이 소위 가진자, 높은자에게 많이 남아있기에 그러한 권위의 표현으로 복장을 규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때 지산그룹의 회사 복장 분위기는 자유스러움의 극치를 보는 듯하다.
실용성을 중시하는 지산그룹 한주식 회장의 의지에 따라 직원들의 복장규정 자체가 없다.
회사에서 슬리퍼를 지급하여 슬리퍼를 신은채 업무에 임하고, 더운 여름에는 반바지 차림도 흔한 복장이다. 또 아침 운동이 끝난 이후에도 반바지 운동복 차림으로 근무해도 무관하다.
흔한 농담으로 중국음식점에 가서 부서 상사가 ‘마음껏 시켜 먹어’ 하고선 ‘난 짜장’ 하듯이, ‘편하게 입고 근무해’ 하고서 임원들이 정장차림을 고수한다면 아무도 자유로운 복장을 상상할 수 조차 없다. 그러나 지산그룹의 임원들 또한 자신의 편한 복장을 착용하고 있으며, 더욱이 회사의 가장 큰 어른인 한주식 회장 또한 반바지를 입고 근무할 때가 많다.
이러한 분위기이니, 직원들이 복장을 두고 경계를 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이는 지산그룹의 한주식회장에게 지도자로서의 ‘권위’는 있으나, ‘권위주의’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데서 연유한다. 권위는 강요나 강제, 그리고 복장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품성과 행동 등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것이다. 그러니 권위를 발휘할 수 없는 소인배들이 권위를 억지로 내보이고자 규정이나 복장 등의 형식적 겉치레로써 본인을 스스로 높이려 한다. 이러한 억지스러운 행위를 ‘권위주의’라고 하는데, 한주식 회장에게는 이런 ‘권위주의’가 없다.
그러하기에 끊임없는 자선과 봉사로 지역과 사회에 기여하고, 규정과 강요없이 직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여 훌륭히 회사를 이끌어 나가는 한주식회장이야 말로 권위주의 없는 권위의 표상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따라서 한주식 회장은 타인에게 일부러 복장과 형식을 강요할 필요가 없다.
반바지에 티셔츠 차림, 헝클어진 머리카락, 거뭇하게 그을린 팔뚝과 다리, 하급 직원과 어울려 콩국수로 점심식사를 하는 모습에서도 권위의 품격을 잃지 않는 한주식회장에게 형식적인 옷차림으로 격식을 갖추라고 강요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